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일본의 주요 전자기업의 흥망성쇠 정리.txt

 소위 일본의 최전성기 시절로 꼽히는 80년대, 그 중에서도 일본이 가장 자랑하는 최첨단 분야는 전자산업이었습니다. 

그중에서 8개 기업이 일본의 전자산업, 아니 세계의 전자산업의 중요한 축이었는데 

소니,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NEC, 샤프, 후지쯔였습니다.

이들의 흥망성쇠가 현재 일본의 전자산업을 잘 보여주죠.


1. 소니

소니는 2000년 초반까지 여전히 강력했고 업계를 선도하는 이미지였지만

독자 포맷에 대한 집착으로 서서히 고립되어갔습니다. 

그런데 정작 디지털 산업에 대한 투자가 떨어지면서 기술 자체는 업계 최고인데 정작 그 기술이 구세대가 되어버리면서

전자 산업이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사업을 전자산업에서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으로 다각화하지만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 속에서 계속 침체를 겪으나

아베 정권 이후 엔저가 되면서 전자산업이 숨통이 트이고, 특히 이미지 센서같이 여전히 업계 최첨단을 유지하던 분야들이 건재하다 대박이 터지고

플스 같은 컨텐츠 산업도 계속 굳건하면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2. 마쓰시타(파나소닉) 

마쓰시타는 원래 일본식 고용체제(종신고용을 기반으로 한 연공서열제)를 상징하는 기업이면서  

간단한 전자제품에서부터 백색가전까지 모두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역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함+엔고의 위기를 겪습니다만

엔저, 그리고 돈안되는 사업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등의 노력

그리고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투자한게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대박이 터지면서 살아납니다. 

문제는 여전히 창업주 마쓰시타의 일본식 고용체제를 포기하지 못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을 해도 여전히 비대한 조직과 더불어

거기에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뛰어들게 되며 결국 2019년 이후 다시 침체기에 접어듭니다. 


3. 미쓰비시전기

미쓰비시그룹의 주요 계열사입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는 가전 제품 분야는 한국 등 신흥국에게 경쟁력이 밀릴 것이란 걸 예측한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일찌감치 B2B(기업간 거래)로 사업 분야를 변화하면서 전자산업은 내수용으로만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일본전자기업이 모두 휘청댔던 경쟁력 약화+2008년 금융위기+엔고의 시기에서도

굳건하게 버티는데 성공합니다.



4. 히타치 

미쓰비시와 비슷하게 거의 재벌급으로 여러군데 손을 대고 있는 기업인데 크게 전자, 중공업, 에너지 사업이 주입니다. 

경쟁력 약화+금융위기가 합쳐진 2008년에 크게 10조원대 적자 한방을 얻어맞고 미쓰비시전기와 비슷한 길로 개혁합니다.

현재 중공업이나 에너지 분야 등 B2B쪽에서 꽤 입지가 있습니다.


5. 도시바 

일본 1호 백열전구, 선풍기, 라디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밥솥을 만든 역사적인 전자회사입니다. 

마찬가지로 전자산업만이 아니라 철도, 에너지 분야에도 사업분야가 걸쳐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똑같이 겪은 위기(경쟁력 약화+금융위기+엔고)를 어떻게든 다른 분야에서 만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회계부정을 저지르며 숨겨왔었고,

2006년에 인수한 원자력산업 회사 웨스팅하우스가

2017년 파산해버리면서 결국 약 7조원의 손해를 입고 다시 매각해버립니다. 

사실 웨스팅하우스는 이전에 시도한 문어발식 확장이 모두 실패하는 등 건실한 기업이 아니었음에도

기후변화+고유가 등으로 원전의 수요가 높아질거라 예측하고 도시바가 사들였는데 

후쿠시마가 터져버리면서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이 침체를 겪어버리는 바람에 독박을 쓰게 된 셈이죠. 


6. 후지쯔

대형컴퓨터 분야에서 대표적인 두각을 나타내던 기업입니다.

이분야의 최고존엄 IBM을 상대로 일본 내부에선 그나마 경쟁이 가능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컴퓨터 산업이 개인용 컴퓨터, PC로 넘어가자 이쪽으로 전환을 시도하지만 결국 뒤쳐지면서

현재는 기업이나 정부용 하드웨어, SI 산업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7. NEC(일본전기)

70년대부터 일본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가 되어 후지쯔와 함께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등 '일본의 IBM'이라 불렸습니다. 

또한 85년부터 91년까지 세계 반도체 점유율 1위를 달성하던 기업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NEC는 기본적으로 NTT(일본전신전화, 우리나라 KT같은 기업인데 과거엔 공기업)의 하청에 의지하는 형태였고

거기에 미국의 반도체 견제가 겹치면서 결국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합니다. 


8. 샤프

일본 1호 전자레인지, 계산기, 텔레비전을 만든 회사면서 80년대 일본의 대표 백색가전 회사였습니다. 

특히 샤프는 TV 분야 중에서도 액정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한국, 대만 기업의 사활에 건 투자에 어영부영 대처하다 무너진 선례를 보고

TV산업을 지배하기 위해 회사의 명운을 걸고 TV사업에 투자합니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최악의 수가 되었는데 앞서 수차례 언급된 금융위기+엔고를 맞으며 오히려 큰 손실을 입습니다.

또한 경쟁자였던 삼성과 LG에게 기술과 점유율로 밀리기 시작한 것도 치명타였고

결국 2016년에 대만의 폭스콘이 인수합니다. 


+번외 산요전기

파나소닉의 창립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처남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산요전기는 버블 붕괴 후에도 계속 규모 확장을 거듭했으나 문제는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일본에서 

이같은 확장은 독이 되었고 결국 2005년에 저널리스트 출신 노나카 토모요를 CEO로 맞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새 CEO 노나카 토모요는 2차전지, 친환경 전자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변신을 노렸으나

이미 지나치게 커진 기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년만에 사임하게 되고 결국 2009년에 파나소닉이 흡수합니다.

파나소닉은 산요 전기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2차 전지 하나를 노리고 이 적자덩어리를 인수했는데

위에 적었듯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이후 폭발하면서 기업이 살아나는 등 신의 한수로 평가받습니다.




결론.

1990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 랭킹을 보면 위의 기업들이 6개나 있습니다.

(1위 NEC, 2위 도시바, 3위 히타치, 6위 후지쯔, 8위 미쓰비시, 10위 마쓰시타)

이처럼 80~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전자산업은 세계 최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2000년대가 넘어들면서 신흥국인 한국, 대만의 추격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몰락하게 되고

그후 백색 가전 등에서도 삼성, LG 전자같은 한국기업 등에 서서히 밀립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엔고가 겹치게 되죠.

따라서 2000년대 이후엔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에게 기존 가전산업이 밀릴거라 예측한 미쓰비시를 제외한 모든 회사들이 경영위기를 겪게 되죠.

결국 소니, 히타치, 미쓰비시처럼 미래 먹거리를 찾아 여전히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변환에 성공해 여전히 굳건한 위치를 지키는 사례

시대의 변화를 놓치거나 판단을 잘못해 몰락한 도시바와 샤프, 산요전기

시대 변화와 구조 조정에 느긋하게 대응하다 과거의 영광을 잃은 후지쯔, NEC

미래 먹거리는 찾았으나 다각화가 부족하고, 여전히 구조조정 등의 숙제를 떠안은 파나소닉의 사례를 보면 

우리 역시 많은 것을 고민해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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