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꾼 아는 사람만 아는 명반 :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

 한국에서 비치 보이스하면 역시 Surfin' USA를 부른 그룹으로 많이들 생각합니다.




지금도 비치 보이스의 대표적인 히트곡 중 하나로 인식되고(물론 척 베리의 곡을 표절했다는 흑역사가 있으나)

나아가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서프' 음악을 하던 가장 대표적인 뮤지션이기도 하죠.

'서프' 장르는 말그대로 해안가에서 서핑하거나 놀기 좋은 느낌의 곡들입니다. 

1950년대 등장한 새로운 장르인 락앤롤에 10대들은 엄청나게 열광했으나

예나 지금이나 보수적인 기독교 사회인 미국의 기성세대는 락앤롤을 거의 불량배들이 부르는 악마의 음악 취급했고

그로 인해 락앤롤은 엄청난 공격을 받으면서 거의 대중음악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락앤롤은 '서프' 장르처럼 기성세대의 공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변해

바닷가에서 낭만적으로 놀거나 노닥거리는 스타일의 음악이 되는거죠.

비치보이스가 대표로 꼽히지만 정작 비치 보이스는 서프 장르가 끝물일 때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꾸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1964년 2월 7일 영국의 락앤롤 밴드 비틀즈가 미국에 방문하게 됩니다.

공항에서부터 비틀즈가 가는 곳마다 수만명의 소녀 팬들이 따라다니면 소리를 질렀고

비틀즈가 출연한 '에드 설리번 쇼'는  미국 인구의 약 40% 가까이가 시청했습니다. 

이렇게 기성세대의 공격으로 인하여 거의 사라진줄 알았던 락앤롤의 인기는 

비틀즈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나아가 아예 대중음악의 판도가 바귀며 그 후 수십년간 록은 대중음악의 주축이 되죠.


이 사회현상을 보던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은 비틀즈를 못마땅해했지만

(당연히 미국 장르인 락앤롤을 영국인들 4명이 건너와서 연주하더니 엄청난 인기를 가진 상황이니까요)

어느 순간 비틀즈의 음악적 역량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그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1965년 브라이언 윌슨을 충격에 빠뜨리는 비틀즈의 앨범이 나옵니다. 



비틀즈의 Rubber Soul입니다.

사실 이 앨범이 나왔을 때 브라이언 윌슨 뿐만이 아니라

당시에 대중음악 좀 하던 가수들 중에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비틀즈도 초창기는 10대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달달한 노래를 부르던 락앤롤 밴드였습니다.


초창기의 대표곡인 'I wanna hold your hand'


그러나 비틀즈는 점점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확장하고 싶어했고

포크 음악의 영향을 받아 단순한 사랑노래에서 다양한 소재를 음악으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다양한 악기들을 동원하며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자신들의 음악 수준을 높이려고 했고

그 결과가 Rubber Soul 이었습니다. 



Norwegian Wood. 인도 악기인 시타르를 서양 대중음악에서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로 알려진)이 이 곡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게다가 기존 음악계의 관행처럼 타이틀곡 몇개에 대충 다른 음악 끼워넣어 팔던 것에서 벗어나

앨범 전체를 통일성있게 구성해서 앨범 전체를 들을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을 택해

대중음악에서 '명곡'뿐만이 아니라 '명반'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시, 비치 보이스로 돌아가서 브라이언 윌슨은 

이 Rubber Soul을 듣고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음악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마침 '서프' 장르는 거의 끝물이었고, 브라이언 윌슨 역시 서프 장르보다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는 비치 보이스 투어는 대타를 구해 맡긴 후에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새 앨범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악기들, 소리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복잡한 구성과 기술적인 연주를 곡에 집어넣습니다. 

그는 거의 광적으로 이 작업에 집착했고 이로 인해 밴드 내부에서도 불만이 생깁니다.

밴드의 메인 보컬이었던 마이크 러브는 

투어는 안돌고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이상한 음악을 만드는데 집착하는 브라이언 윌슨을 이해할 수 없었고

원래 하던 가볍고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게다가 앨범 제작사 역시 잘 팔리는 곡 대신 새로운 실험을 하며 계속 돈을 쓰던 브라이언 윌슨에 비협조적이었죠.


그런 안팎에서의 반발을 무릅쓰고 비치 보이스는 새 앨범을 발표합니다. 


Pet Sounds의 등장입니다.

브라이언 윌슨이 스튜디오에서 온갖 음악적 실험과 복잡한 연주를 통해 만들어낸 이 앨범은

기존의 비치 보이스, 아니 대중음악 역사상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새로운 사운드를 찾기 위해 헤어핀, 클립 등 온갖 도구를 사용하여 악기 줄을 튕겨보기도 하고

자전거 벨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을 앨범에 삽입해보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의 영향력을 받은 부분도 곳곳에 드러나는 등 엄청난 고뇌와 노력이 들어가있습니다.



앨범의 수록곡 God only Knows.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엔딩에 수록된 곡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가벼운 음악을 하던 비치 보이스가 이런 음악을 내버리자

대중들의 반응은 당황스러워했고, 평론가들 역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히트한 앨범이기는 했지만 기존 비치 보이스의 앨범에 비해 판매량은 떨어졌고

한참 사회운동과 반전운동이 활발하던 미국의 격동의 60년대에 영향을 받던 젊은 세대들은

비치 보이스의 동시대 록 음악보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정작 동시기에 나온 비치 보이스의 베스트 앨범은 빌보드 앨범 1위에 오르면서

브라이언 윌슨은 상심하고 맙니다. 


그러나 이 음악을 극찬하던 몇 안되는 뮤지션들이 있었는데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였습니다.

폴 매카트니는 이 앨범을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완벽한 고전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리고 비틀즈 역시 이 앨범에 자극받은 채로 새로운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Pet Sounds 앨범의 발매 직후 녹음된 비틀즈의 앨범이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Revolver 앨범입니다. 


Eleanor Rigby는 이전 대중음악에서 다루지 않았던 외로움과 죽음을 소재로 한 음악입니다. 



Pet Sounds를 내고 만족했던 브라이언 윌슨은 이 앨범을 듣고 다시 충격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 앨범을 넘기 위해 SMiLE 앨범 제작에 참여하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Pet Sounds의 부진과 더 나은 곡을 내야한다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술과 마약에 손을 대고 

우울증과 광기 등을 보이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져가고 있었으며

밴드 내부의 불화도 심각했으며, 앨범 제작사 역시 계속 딴지를 걸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앨범 제작을 포기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비틀즈는 이후 다시 



역시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냅니다. 

그리고 브라이언 윌슨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을 듣고

자신은 비틀즈를 넘어설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라이언 윌슨의 애증어린 결과물인 Pet Sounds는 80~90년대에 이르러 재평가가 이뤄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음악 자체의 진가가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하였고

일찌감치 이 앨범의 위대함을 깨달은 뮤지션들이 계속 이 앨범을 홍보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폴 매카트니의 평가처럼 현재 Pet Sounds는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습니다. 

현재 역사상 최고의 대중음악 앨범 랭킹을 발표할 때 10권 안에는 Pet Sounds가 거의 들어갑니다. 

(물론 Revolver나 Rubber Soul,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도 거의 10위권에 들어가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Pet Sounds 앨범을 죽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틀즈의  Rubber Soul과 Revolver,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확실히 명반은 시대를 타지 않거든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