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서로마 제국 최악의 적이었던 서고트족의 알라리크 일대기 2편

 지난 편에서 알라리크는 자신과 서고트족이 정착할 땅과, 망해가곤 있지만 여전히 강적이었던 서로마 제국과의 동맹을 원했고

서로마 제국의 섭정 스틸리코 역시 사방이 적이었던 서로마 제국의 현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게르만족 지도자인 알라리크를 동맹으로 구워삶아

어떻게든 서로마 제국의 안전을 보장해보자는 의견이 맞아 떨어져 외교 협상에 들어갔다고 적었습니다. 

알라리크는 동맹의 댓가로 금 4000파운드와 정착할 땅을 요구했고, 스틸리코는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서로마 제국의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하면서 협상 역시 갑자기 중단됩니다. 


서로마 제국의 섭정 스틸리코는 게르만족 출신의 군인 아버지와 로마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었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신임을 얻어 자신의 양녀를 시집보내면서 황실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죽으면서 아들 호노리우스의 후견인을 맡기면서 사실상 서로마 제국의 통치자가 되었죠. 

그는 충성스럽고 뛰어났지만, 안타깝게도 황제 호노리우스는 멍청하고 무능했던 황제였습니다. 

거기에 스틸리코는 망해가던 서로마를 계속 지켜냈음에도 출신 성분 때문에 끊임없이 로마인들에게 공격받았습니다. 

그리고 멍청한 호노리우스가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동로마 제국 후계 문제에 껄떡대자 

스틸리코는 호노리우스를 막았고, 이에 호노리우스와 사이까지 나빠집니다. 

결국 408년에 스틸리코에 불만을 품은 호노리우스 파 측근들이 스틸리코 파 측근들을 대거 죽이는 쿠데타가 발생합니다.  

분노한 스틸리코 휘하의 군인들은 호노리우스를 공격하고 스틸리코를 황제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스틸리코는 이를 거절하고 자진해서 호노리우스 황제에게 찾아가고, 호노리우스는 스틸리코는 처형합니다. 

그리고 스틸리코파에 대한 숙청이 벌어지자, 스틸리코 휘하의 군인들은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그들은 얼마전까지 칼을 맞대 싸웠던 알라리크를 찾아가서 항복해버리는데 이들의 숫자만 3만명이었고

이들은 사실상 서로마 제국 최고의 정예병들이었습니다. 

스틸리코에게 4번이나 패하면서 피해가 막심했던 알라리크는 한순간에 그간 입었던 피해를 회복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스틸리코도 없고, 군사도 없는 서로마 제국은 더이상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구요.


알라리크는 이 스틸리코의 병사들과 함께 '스틸리코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바로 서로마로 진군했고 로마를 포위합니다. 

당연히 서로마 제국은 이를 막을 수 없었기에 협상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서로마 협상단과 만난 알라리크는 만납니다. 


"싸우기 싫다면 로마에 있는 모든 금은과 재산, 노예들을 몽땅 내놓으시오."

"그건 말도 안되는 요구요!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느니, 우리 로마는 끝까지 맞서싸울 것이요!"

"그러든가. 건초는 무성할수록 베어내기 쉬운 법이지."

"그렇게 많은 것들을 우리가 바치면 도대체 우리에겐 뭐가 남겠습니까?"

"살려는 드릴게."


로마는 결국 알라리크에게 금 5천 파운드, 은 3만파운드, 비단옷 4천벌, 향신료 4천 파운드 등을 바쳐야했습니다.

또한 당시 호노리우스 황제가 있던 라벤나에 사절단을 보내 스틸리코 사후 중단된 협상을 요구합니다. 

알라리크는 서로마 제국 총사령관, 곡물과 현금, 그리고 정착할 땅을 요구했습니다. 

만약 이걸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황폐하고 지키기도 어려운 지역만이라도 달라며 양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멍청한 호노리우스는 최종 협상을 엎어버리고 알라리크를 공격해버리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당연히 알라리크는 이 공격을 간단히 막아냅니다. 

알라리크는 아예 로마에서 자신과 협상할 새 황제를 뽑으라고 협박하며 새로운 허수아비 황제와 협상을 시도하지만

라벤나에서 존버하던 호노리우스는 계속 버티고 있었고 결국 알라리크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다시 호노리우스와 협상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호노리우스가 있던 라벤나로 향하지만, 호노리우스 휘하의 측근이 협상을 반대하며 다시 알라리크를 공격해버립니다.


이런 계속된 배신에 알라리크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고, 결국 분노가 폭발합니다.

410년, 알라리크의 군대는 로마로 진군했고, 로마는 함락됩니다. 

알라리크는 3일간 로마를 약탈하며 로마의 값나가는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고, 공공시설들을 파괴해버리고

로마의 시민들을  포로로 끌고가 노예로 팔아버리거나 강간, 학살합니다. 


로마를 약탈한 후 알라리크는 이탈리아의 남쪽으로 향했고, 이탈리아 남쪽 도시들도 수난을 당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알라리크 역시 사망합니다. 

알라리크는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부족들에게 정착지를 마련해주지 못해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서고트는 이후 알라리크의 처남 아타울프가 부족장이 되고, 아타울프는 호노리우스의 이복동생 갈라 플라키디아와 결혼하여 결혼동맹을 맺습니다. 

그리고 418년에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프랑스 서남부 지역의 지배자로 서로마 제국에게 인정받아 서고트 왕국을 세웁니다. 

그렇게 서고트족은 알라리크 자신이 전쟁, 협상, 협박, 약탈 등 온갖 수를 써가며 

평생을 걸쳐 얻으려고 했던 정착지를 그의 사후 8년 뒤에 얻게 됩니다.



알라리크는 정말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뛰어났으며, 동시에 교활했고, 때로는 관용적이었고, 때로는 잔인했습니다. 

그는 착한 인물도 악한 인물도 아닌, 전 유럽이 혼란하고 불안하던 시기에 자신과 부족의 생존을 위해 어떤 짓도 해야했던 인물이었죠. 

그렇기에 알면 알수록 참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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