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음악]이날치의 음악, 그리고 신해철의 문제작 Monocrom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이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한 한국 홍보영상인데 일반적으로 한류스타들이 나오는 뻔한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화려하지만 뻔한 한국홍보영상과 달리 3000만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히트를 쳤죠. 

이 영상에 나오는 음악은 밴드 '이날치'가 , 안무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맡았습니다. 

'이날치'의 음악은 잘 들어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인 음악과 보컬은 국악에서, 악기 편성은 기존 서양 대중음악 악기들을 사용했죠.

그리고 그 조화가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단순하게 국악+대중음악의 실험을 넘어 이미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날치'는 이외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음악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유튜브에 자료가 많이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또다른 앨범. 1999년에 발매된 신해철의 Monocr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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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앨범 중에 가장 문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주받은 걸작이라 칭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실험적이라 어렵고 난해하다 평하죠.

사실 이 앨범은 신해철 팬들이나 아는 앨범이고, 대중적으로는 실패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앨범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앨범을 소개하려면 1997년 12월 31일 신해철이 리더였던 밴드 N.EX.T의 해체 후로 돌아가야합니다. 

N.EX.T는 당시 한국 락음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밴드였지만,

밴드 내부적으로는 해외 진출의 이견 등 여러 문제로 갈등이 심한 상태였고

바깥에서는 당시엔 너무나 좁았던 한국 락 씬의 한계점에 부딪혀서 결국 

"더이상 우리가 올라갈 곳이 없다."라는 발표를 통해 해체합니다. 


신해철은 이전부터 사운드에 대해 광적인 집착이 있었고, 여러 실험들을 해왔습니다.

N.EX.T 3집의 Komercan Blues나 'Here I stand for you' 싱글의 수록곡 '아리랑' 등을 통해 국악과 락의 접목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구요.

N.EX.T의 해체 이후에는 더욱 사운드 엔지니어링에 심취합니다.

그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Crom's Techno works'란 테크노 앨범이었습니다. 

최근에 신해철의 음악으로 많이 언급되는 '일상으로의 초대'가 들어있죠.

그리고 1999년에 Monocrom이 나옵니다. 


신해철의 다른 앨범이 그렇듯, 이 앨범도 좋게 표현하면 다양하게, 안좋게 표현하면 통일성은 없습니다. 

앨범의 첫번째 트랙부터 대중성은 포기한 '무소유-I've got nothing'입니다.


일단 한 곡의 길이가 13분짜리고, 악기 구성은 대금, 태평소 등의 전통 가락악기와

꽹과리, 장구, 북 등의 전통 리듬악기를 바탕으로 이걸 일렉기타나 전자음과 함께 짜맞춰서 정교하게 구성해놓습니다.

중간에는 '장타령'의 일부를 차용하기도 하구요.

곡 길이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 버리고, 단순히 보컬에 집중하는 대중음악적 듣기보다

곡의 전체적인 구성을 들어보는 방법으로 이 곡을 들으면 이 곡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물론 곡 전체를 알기 위해선 가뜩이나 긴 이 곡을 여러번 들어야하는 수고를 해야겠지만요.


다른 트랙의 설명은 생략하구요.

'무소유-I've got nothing'와 수미상관적 곡 구조라 할 수 있는 

마지막 트랙 'Go with the light'를 소개해야할 거 같습니다. 

이 곡은 라이브가 있어서 그걸 가져왔습니다. 


역시 악기 구성은 '무소유'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음악을 조합해냈습니다.

이번에는 '새타령'을 차용했습니다.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이 곡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상당히 난해하지만 정교하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악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흐름도 같이 읽어야하기 때문에 여러번 들어야 진가가 나옵니다. 



Monocrom은 신해철의 음악 실험의 극한의 결과물입니다. 

신해철은 평생을 락을 동경하던 락커였던 동시에

한국에서 최초로 MID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앨범을 제작하는 등 한국 일렉트로니카 음악 1세대였으며

90년대 한국 아티스트 진영의 공통적인 문제의식이던 '팝과 비견될만한 수준의 한국 음악 만들기'를 고민했죠.

신해철에게 국악은 그에게 있어 음악세계를 넓힐 수 있는 실험의 대상이었죠.

신해철의 음악에서 국악은 화학적 결합의 대상이기 보다는 본인의 음악을 조립하는 하나의 재료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날치의 음악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맛을 가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신해철의 음악은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하여 건물을 쌓는 과정이라고 비유한다면 적절할까요?

그런 면에서 신해철의 음악과 이날치의 음악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다른 음악을 하는 두 뮤지션의 음악을 비교해보는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겁니다. 



사족. 10월이 되면 신해철의 음악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그가 만든 수많은 음악, 라디오 등을 통해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세상에 살아남아있습니다. 

이제 그의 부재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때로는 이 어지러운 세상을 보면서 차라리 그가 이런 풍경을 안보고 간게 다행이단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10월에는 가끔 훅 마음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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