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일본 신칸센 이야기-주오 신칸센

 현재 일본에서 리니어 기술을 이용해서 시속 500km 이상으로 운행하는 신칸센 노선을 새로 짓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공사비가 9조엔이라는 점에서 많이들 놀라셨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정도 돈을 들여서 지을만한가에 대해 의구심도 있으실 거 같습니다.

솔직히 이 새로 짓는 신칸센은 계속 논란거리이긴 한데, 일본에서 이걸 짓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근데 배경을 좀 알아야하는데, 안물안궁이신 분들은 패스하셔도 됩니다.

이 글은 알쓸신잡형 지식입니다. 


1. 일본의 철도는 현재 민영화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정확하게 공기업이었던 일본국유철도가 87년에 JR 7개사로 나눠졌습니다.

7개사 중 1개는 화물이고, 나머지 여객철도사 6개는 지역별로 분화되었는데요.

JR 동일본, JR 서일본, JR 도카이 (이상 혼슈섬 3사), JR 큐슈, JR 시코쿠, JR 홋카이도 이렇게 나눠집니다. 

현재 새로 신칸센을 짓는 회사는 JR 도카이입니다. 

'도카이'란 이름은 '동해'를 일본식으로 읽은겁니다. 물론 일본 기준으로 '동해'고, 우리나라의 '동해'랑은 위치가 다릅니다. 


JR 도카이가 소유한 게 '도카이도 신칸센', 즉 도쿄-오사카 신칸센입니다. 

이게 JR 도카이의 밥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JR 도카이가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난 수준입니다. 

이 노선이 일본 제 1도시권인 도쿄, 제 2도시권인 오사카, 제 3도시권인 나고야를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의 경부선 KTX급의 노선이라고 보면 됩니다. 



2. 도카이도 신칸센의 엄청난 수요가 JR 도카이의 막강한 자금력의 바탕입니다. 

이 노선이 어느 정도냐면 고속철도인데 배차간격을 지하철급으로 넣고 있는 수준입니다. 

1편성당 16량 1323석인데, 이걸 한시간에 13~14편성으로 쑤셔넣는 수준이거든요.

심지어 이렇게 쑤셔넣고도 출퇴근 시간에는 자리가 없어서 자유석에서는 서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JR 도카이의 전체 수익 중 70% 이상이 이 노선에서 나옵니다. 

순자산만 3조엔에 순이익 4000억엔 이상을 버는 거대 철도기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3. 근데 이 도카이도 신칸센이 만들어진지 너무 오래되다보니 문제점이 꽤 있습니다. 

자그마치 2차대전 때부터 공사 계획을 잡아놓았던걸 후에 그대로 공사해서 1964년도에 개통한거라 시속 300km짜리 고속철도가 다니기엔 노선이 구립니다. 

(신칸센 기술의 발전사가 곧 '이 구린 노선에 어떻게 조금이라도 속도를 높여서 철도를 굴릴 수 있을까'를 연구한 결과인 수준입니다)

거기에 어느덧 개통된지 50년이 더 지났는데, 이 노선에 1시간에 13~14대씩 철도가 지나다니다보니 안전성 문제도 있고

혹시 도카이도 신칸센이 재해 등으로 중단되었을 때 쓸 다른 노선을 만들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JR 도카이의 경영진이 새 신칸센의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는 겁니다.

즉, 기존 신칸센 노선이 도쿄-나고야-오사카를 해안가를 따라 구불구불 잇는 거였다면

새 노선은 그냥 직선으로 노선을 뚫어버리겠다는 거죠.

그런데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꼭 이걸 지어야하나 하면 미적지근한 입장이었는데 

그냥 JR 도카이가 자기 돈 들여서 짓겠다고 선언해버리고 공사에 들어가버립니다

물론 나중에 일본 정부가 3조엔을 엄청 좋은 조건으로 융자해주긴 합니다. 



4. 문제는 제가 이전글에 지적했던 것처럼 공사비만 9조엔 정도입니다.

경부선 KTX가 20조원 정도 들어갔는데, 이거 4~5개 지을 돈을 지금 일개 회사가 짓고 잇는 셈입니다.

JR 도카이가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순자산의 3배가 넘는 거대한 공사를 하는건 부담스럽죠.

그리고 이 새 신칸센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지, 기존의 도카이도 신칸센의 수요를 빼먹는 수준일지도 알 수 없구요. 

후자라면, 건설비+기존 신칸센보다 훨씬 더 비싼 운영비를 껴안아버리는 삽질인 셈이죠.



5. 얘네들이 일단 기본적으로 철덕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세계 최초로 고속철도를 개통했다는 것에다가 개통 50년 넘게 인명사고 0건을 유지하는 것에서 보듯 신칸센에 대한  애착과 관리가 엄청난 수준이라,

살짝 철덕의 입장에서 철도 역사상 유례없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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