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엔카와 트로트의 관계에 대해서

 제가 마침 엔카와 트로트를 다룬 책이 있어서 

그 책에 나온 내용을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강헌이 쓴 '전복과 반전의 순간'입니다.



1. 일단 엔카에 대해서 정의해야하는데, 엔카는 일본의 음악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전통음악은 아닙니다. 

서양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본의 근대 음악입니다. 

그리고 최초의 엔카는 우리 식으로 쉽게 표현하면 운동권의 민중가요였습니다.

근대의 자유민권론자들이 민중계몽을 위해 만든 것이 엔카의 시초였는데

당연히 국가의 철퇴를 두들겨 맞고, 사랑 노래를 하는 유행가로 바뀐 겁니다.

우리가 아는 엔카의 이미지는 이 때부터입니다. 


2. 엔카의 특징은 크게 2가지를 꼽으면 '요나누키 단음계'와 '2박자 기반의 음악'입니다.

요나누키 음계는 일본의 5음계 방식인데 '도, 레, 미, 솔, 라'을 사용합니다.

근데 이 5음계는 7음계를 쓰는 서양을 제외한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됩니다.

우리나라 민요도 5음계를 쓰고, 현대 대중음악의 중요한 뿌리 중 하나인 흑인음악 블루스도 5음계입니다.

근데, 이 요나누키 장음계를 단조로 바꾸면 '라, 시, 도, 미, 파'가 되는데

이것이 흔히 엔카에서 쓰는 요나누키 단음계가 됩니다.

이걸 쓰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뽕끼'가 확 살아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2박자 기반의 음악을 선호했습니다.

즉, 1번과 다시 연계하면 '엔카=요나누키 단음계와 2박자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의 근대 음악'입니다. 



3. 그러면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을 살펴봐야할텐데

한국 역시 5음계를 사용하는데, 단조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계면조 같은 경우에는

'라, 도, 레, 미, 솔'을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 요나누키 단음계와 묘하게 음이 다릅니다.

그리고 한국은 전통적으로 3박자 기반의 음악을 선호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최초로 나온 트로트는 거의 3박자 기반이었습니다.



1928년에 나온 '황성옛터'는 잘 들어보면 3박자 입니다. 쿵작작 쿵작작이죠.

근데 음계는 요나누키 단음계를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근데 1935년에 나온 '목포의 눈물' 같은 경우에는 같은 요나누키 단음계를 쓰지만 2박자 기반의 음악이죠.


잘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트로트 하면 쓰는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박자입니다. 

그리고 '목포의 눈물' 뒤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트로트는

여러분이 잘 아는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의 2박자 기반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전통적인 음계를 사용해도 트로트나 엔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실텐데

한국 스타일의 단조 5음계를 사용한 음악이 있습니다.



1974년에 발매된 '미인'인데, 같은 단조 5음계를 사용했지만

이건 요나누키 단음계(라, 시, 도, 미, 파)가 아니라 국악 계면조의 '라, 도, 레, 미, 솔'을 썼습니다.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죠.


하나 더 가져오겠습니다.



1934년에 만들어진 '그리운 강남'이란 곡인데, 역시 '라, 도, 레, 미, 솔'을 썼습니다.

잘 들어보면 같은 단조 5음계라서 트로트와 얼핏 비슷하지만, 국악의 느낌도 나죠.




강헌의 결론은 트로트는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은게 맞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탄생했지만, 이미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깊이 자리 잡았고

특이하게도 한국 사람들이 더 소화를 잘하는 장르가 되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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