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일본 아이돌 '노기자카46'의 어원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2000년대 이후 일본 아이돌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가 AKB48입니다. 

이 명칭은 '지역+숫자'로 이뤄져있는데 

이 명칭의 원조뻘 되는 AKB48 같은 경우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시작된 그룹이고  이후 전국에 이런 그룹들을 만들죠. 

미카미 유아가 AV배우 데뷔하기 전에 나고야의 도심인 '사카에'에서 명칭을 따온 SKE48의 멤버였죠. 

이들의 라이벌로 꼽힌 '노기자카46' 역시 명칭은 '지역+숫자' 규칙에서 가져왔는데

이들의 소속사인 소니 뮤직의 건물이 있던 곳이 통칭 '노기자카'란 지명으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그럼 '노기자카'란 이름을 분석해보자면 '노기'는 근방에 있는 '노기 신사', '자카'는 일본어로 '언덕'을 뜻하는 것이니 즉 '노기 신사 근방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압구정 거리' 느낌의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네이밍 센스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근데 이 명칭의 원인이 된 '노기 신사'가 과연 누구을 신으로 모시느냐를 알면 상당히 놀랍습니다. 

'노기 신사'에서 신으로 모시는 인물은 노기 마레스케 장군(1849~1912)입니다.

근데 이 사람의 출생과 사망년에서 알듯, 이 사람은 일본 근대 시기 인물입니다.

그럼 노기 마레스케가 과연 어떤 인물이냐를 알아보면 더더욱 상상도 못할텐데요.


노기 마레스케는 조슈 번 출신으로, 어린 시절 쇼카손주쿠라는 조슈 번의 개인 학당에 다니는데

이 쇼카손주쿠의 초대 창립자인 요시다 쇼인의 친구들, 제자들이 일본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이 됩니다. 

(단적으로 이토 히로부미와 야마가타 아리토모가 여기 출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육군들을 조슈 번 출신들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들보다 조금 어린 나이였던 노기 마레스케 역시 학연, 지연의 도움을 받아서 군인으로 출세를 합니다. 


노기는 러일전쟁 때 육군 제 3군을 맡아서 굵직한 뤼순 공방전과 봉천 전투 등을 치루는데

군인으로의 능력은 그렇게까지 무능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썩 특출나지도 않은 정도였습니다. 

특히 뤼순 공방전 때는 승리하긴 했지만, 러시아군의 요새에 그대로 공격하면서 병력의 절반 정도인 6만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내는 엄청난 피해를 입습니다. 

이것 때문에 당시만 하더라도 무능하단 평가도 많았고,

수많은 전사자 유족들이 분노하여 항구로 귀국하는 노기에게 항의하려고 모였으나

노기 역시 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고 두 손에 아들들의 뼛가루가 담긴 병을 들고 배에서 내려오자 그냥 물러났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노기는 평생 러일전쟁의 책임감에 시달렸다고 하며, 메이지 덴노에게 자결을 요청했으나 '내가 살아있는 동안 허락할 수 없다.'면서 거절당합니다.

그러다 1912년 메이지 덴노가 죽자, 메이지 덴노의 장례식이 이뤄지는 중에 자택에서 아내와 함께 자결합니다. 

노기의 자결은 일본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으며, 일부에선 노기를 충신이자 군신으로 추앙했으나

일부에선 야만적인 관습으로 전혀 교훈이 될 것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하여튼, 이런 사연 때문에, 노기 마레스케는 메이지 덴노의 충신이란 이미지를 얻으며, 메이지 덴노와 관련된 곳 근처에는 노기를 신으로 모시는 노기 신사도 지어졌습니다.

도쿄 노기 신사 같은 경우에도 근처에 메이지 덴노의 장례식을 치룬 '메이지 신궁 어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1912년 9월, 노기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이 지역을 '노기자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여담.

메이지 덴노와 관련있는 곳에는 노기 신사가 지어졌다고 했는데

대표적으로 교토 남부 후시미의 메이지 덴노의 무덤 근처에도 노기 신사가 있습니다. 

여기엔 '충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비석이 있는데,

그 글자는 육군대장이자 조선총독부 총독으로 교과서에서 '민족말살정책'이라 부르는 강력한 내선일체 정책을 추진한 미나미 지로의 글씨입니다. 

그리고 서울 남산에서도 일본 덴노가의 시조로 여기는 태양신 아마테라스와 더불어 메이지 덴노를 신으로 모시는 조선신궁(현 남산공원)을 세우자

그 근처에 노기 신사를 짓는데, 그 위치는 현재 리라초등학교 근방입니다. 



여담2.

노기 마레스케는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의 후예였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일전쟁에서 노기가 이끈 일본 육군이 승리하면서 결국 조선의 운명은 일본의 지배로 끝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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