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뮤지션 신해철, 그리고 그의 세대에 대하여.

 아브에서 가끔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해철의 음악은 80~90년대라는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는 80년대의 뮤지션과는 다른 새로운 세대가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여러 분야의 영향을 받았는데

첫번째는 70~80년대 한국 뮤지션들이고

두번째는 자신들이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영미권의 팝 뮤지션들이었습니다.


80년대의 척박했던 한국의 대중문화 분야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는데

국가의 사전검열제도로 인한 창작의 제한, 또한 터없이 좁았던 시장 규모, 주먹구구식의 시스템 등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한국 대중문화의 이미지는 3류 문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진영에서는 대중성보단 작품성과 독창성으로 승부하던 뮤지션들이 있었고

이 음악들을 듣던 사람들이 90년대 아티스트 진영을 형성합니다.

이 음악애호가들은 또한 당시에 가장 음악을 듣기 좋은 매체였던 라디오를 애용했는데

당시 라디오에서는 팝을 소재로 하는 라디오들이 상당히 많았고

낮시간에는 대중적인 팝을, 심야시간대에는 보다 어렵고 복잡한 팝을 트는 방송들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 세대가 성장하면서 일부는 선배 뮤지션들과 연을 맺으며 대중음악에 안착을 시도하고

일부는 자기들끼리 모여 새롭게 음악 활동을 하거나, 본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작해서 음악을 하기도 합니다.

또는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90년대 이후 PC통신이 막 시작되던 시절 이 새로운 세대들이 

기성 음악계와는 관련없는 새로운 평론가 진영이 되어 음악적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바라본 한국 대중음악이란 영미권 팝에 대해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있었고

이들의 이상향은 세련된 영미권 팝이었으며

따라서 자연스럽에 이들의 목적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뽕끼'로 표현되던 촌스러움을 제거하고

세련된 감성과 영미권 팝에 뒤지지 않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소위 '아티스트'들이 생겨납니다.


신해철 역시 이 세대의 하나로 자랐습니다. 

어릴 때 라디오로 팝을 접하고, 동시에 송골매와 김수철, 산울림을 좋아했으며

부활의 팬으로 김태원을 따라다니면서 이것 저것 배우고, 아마추어 밴드로 락 공연을 하기도 하다가

자신의 친구들끼리 뭉쳐 '무한궤도'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이후 솔로 활동으로 처음에는 아이돌 가수였으나, 2집에서는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혼자 다 해버리고

2집의 성공 이후에 자신이 동경하던 락을 하기 위해 밴드로 돌아가는 행보야말로

이 당시 세대들의 모든 모습들이 다 담겨있다고 할까요. 


요새 80~90년대 음악들이 재발견되면서 왜 요즈음에는 이런 음악이 나오지 않느냐고 하는 말이 있는데

어쩌면 더이상 이런 아티스트형 뮤지션들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그들이야말로 80~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안에서 탄생했던 존재들이니까요.

지금 세대에게는 더이상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이 팝을 따라가기 위해 극복해야할 대상도 아니고

팝 역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지금 한국에서 듣는 음악들과 똑같은 음악일 뿐이죠.

음악 녹음에 해외 연주자를 썼다거나 해외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고 우와하는 시절은 진작에 끝났고

BTS가 전용기 몰고 해외투어하고, 마마무 화사가 해외 뮤지션 피처링하는 시대가 왔죠.


어떻게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오리지날인 팝을 보다 오리지날에 가깝게 카피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던 그 시절의 음악이

이제는 너무나 달라진 현재와 비교해서 또다른 오리지날리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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