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금요일

철도노선끼리 경쟁하는 일본의 지역

 교토, 오사카, 고베 이 세지역을 묶어서 '케이한신'이라고 부릅니다.

이 지역은 산이 많다보니 산 밑에 있는 해안가 평야를 중심으로 도시가 들어섰습니다. 


19세기에 일본에 철도가 들어온 후에 일본에서는 여러 철도노선들이 생기는데요.

제가 예전에 적었는데, 일본에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사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사기업이 철도를 깔고 운영을 하는건데요.

19세기에 철도가 발명되고, 20세기에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철도다보니

세계적으로 여러 철도노선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게 되고, 그중엔 사기업들이 깐 철도들이 많았습니다. 

이 노선들은 자동차가 보급된 이후 중복되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들은 정리되고

남은 것들은 국가가 흡수해서 운영하는 형태를 거치게 되는데 한국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일본같은 경우에는 땅 넓고 인구가 많다보니

대도시를 낀 사기업 철도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부동산, 백화점, 엔터테인먼트, 유통, 버스, 숙박 등을 손대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합니다.

그래서 일본 대도시권을 낀 철도기업들이 대기업화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죠.


그나마 도쿄 지역은 평야가 넓다보니 노선이 겹칠 필요없이 각자 지역을 먹으면서 성장한 반면

위의 케이한신 지역은 산 사이 좁은 평야에 도시들이 있다보니 철도노선만 여러개가 깔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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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고베 사이의 철도노선인데 신칸센은 고속열차니까 예외로 하면

JR 서일본이 운영하는 JR 고베선

한큐전철이 운영하는 한큐고베본선

한신전철이 운영하는 한신 본선

이 세 회사의 노선이 오사카와 고베 사이를 운영해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되어서 좀 소강상태이긴한데,

경쟁이 치열할 때는 이 세 회사들끼리 피튀기게 싸웠다는 일화가 많습니다.



반대쪽인 오사카-교토 사이도 마찬가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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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서일본이 운영하는 JR 교토선

한큐 전철이 운영하는 한큐교토본선

케이한 전철이 운영하는 케이한 본선 이 세 노선이 있습니다.

여기도 요새는 서로 교통정리가 되어서 예전만큼 치열하게 싸우지는 않는다네요.



우리 시각에선 이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건 역시 인구+경제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동네 지역들의 인구만 해도 오사카 270만(오사카부 전체는 900만), 고베 150만, 교토 150만이 되고

두 도시 사이에 낀 위성도시들도 수십만명급의 인구들을 자랑하다보니 수요가 꽤 됩니다. 

저 동네를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저렇게 노선 3개에 출퇴근 시간에는 3~5분에 한대씩 전철을 집어넣어도

출퇴근 시간에는 직장인+학생+여행객까지 합쳐서 세 노선 모두 사람들로 미어터집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일본에서 저 노선들을 다 타본적이 있습니다. 

철도회사들끼리 수요를 좀 만들어보려고 각 노선들마다 1일 이용권에 관광코스까지 묶어서 장사하기도 합니다.

저 동네가 한국에도 수입하는 백학이나 월계관 등의 대형 사케 회사들이 위치한 곳이라 

철도 회사에서 1일 이용권으로 사케 투어하라고 홈페이지에 관광코스를 짜서 그걸로 대낮부터 낮술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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