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0일 토요일

사쿠라 모모와 함께

 

이번에 일본 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잡은 것은 사쿠라 모모 오프회였습니다.

팬싸인회는 꽤 참석해봤지만, 오프회를 신청해서 당첨된 경우가 없어서

이번에도 될까 싶었는데 의외로 당첨되어 놀랐습니다.

 

오프회 타이틀이 '사쿠라 모모와 함께하는 바베큐 오프회'라서 고기 먹으면서 하는 오프회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며칠 전에 장소가 공지되었는데요.

어떤 스튜디오나 장소 하나를 빌려서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일본에서도 꽤나 유명한 오다이바의 다이버 시티 옥상에서 모이더라구요.

그 거대한 상업시설 옥상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거기서 모이나 의아했습니다. 


늑장 부리다가 지각하지 않게 도착 시간보다 10분 일찍 다이버 시티 옥상에 도착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옥상에 잔디밭처럼 넓은 공간이 있고 거기에 작은 풋살장이나 체육시설

그리고 야외 바베큐 시설들을 쫙 설치해놓았더라구요.

이러면 왜 여기서 모이자고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옥상에는 이미 사쿠라 모모와 팬들이 꽤나 와있었고, 사쿠라 모모가 팬들과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이미 사쿠라 모모와 어느 정도 안면이 트인 팬들도 있었고

사쿠라 모모도 팬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한 마디씩 물어보더라구요. 

저에게도 잠깐 이야기를 걸어줬는데, 제가 외국인이라 좀 버벅대며 리액션을 하자 

한국인이냐, 일본에는 여행왔느냐? 언제 왔느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와서 여기에 대한 대답은 나름 잘 외워서 할 수 있었거든요. 

한국에서 여행왔다. 그리고 5년 전에 나고야 이벤트에서 사쿠라 모모상을 만난 적이 있다고 대답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5년전에 이벤트에서 만난 사쿠라 모모는 좀 얌전하지만 백치미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날 사쿠라 모모는 상당히 들뜨고 발랄한 느낌이었습니다.

팬들과도 이야기 많이 나누고, 소속사 매니저와도 꽤 친밀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쪼록 분위기가 밝고, 팬들에게도 밝게 대해주니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야외 바베큐 시설은 넓더라구요. 저희 일행 이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세 테이블에 7명씩 배분되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희 테이블에는 어쩌다가 여성 팬 신청자 세 분이 모두 이쪽으로 앉게 되어서

다른 테이블과는 다른 느낌이었을......려나?


처음 테이블에 같이 앉게된 사람들의 어색 어색한 시간을 지나

슬슬 짐을 풀고 준비된 음식들을 테이블에 세팅했습니다. 

음식 재료들은 오프회 주최 측에서 제공해줬는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채소, 그리고 한국 바베큐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해물에 일본 아니랄까봐 야키소바까지 다양했습니다.

바베큐에 소나 돼지는 구워봤어도 닭이나 해물은 처음 구워봤는데 생각보다 맛있더라구요.

특히 오징어를 숯불에 구우니까 꽤 괜찮은 맛이 나왔습니다. 

저는 말은 잘 못알아들었지만 이런 곳에 왔을 때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으니 눈치껏 열심히 도우려고 했습니다.


오프회 참석자는 음료 부스에 가면 마실 것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다른 분들은 탄산 음료 같은 걸 마셨지만

뒤가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불태워야하는 저같은 여행객은 오후 3시부터 낮술을 달릴 각오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제가 아는 몇 안되는 일본어로 '주말은 역시 낮술입니다.'라고 K-개드립을 치면서 바로 맥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도수 높은 술은 없었고 맥주나 하이볼 정도 수준이라 낮부터 술 마시고 옥상 한복판에 드러눕거나 취해서 K-진상을 부리지는 않았습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구워지고, 다른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던 사쿠라 모모가 저희 테이블에도 왔습니다. 

아무래도 얼굴 기억하기가 쉽지 않으니 사쿠라 모모가 명함과 종이를 가져와서 팬들의 이름을 적고 나눠줬습니다.

저도 제 성씨를 영어 이름으로 적은 명찰을 하나 받았습니다.

저희 테이블에는 위에도 적었지만 여성 신청자가 3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좀 더 밝았습니다. 물론 사쿠라 모모의 성격 상 어디 테이블에 가도 밝게 대해줬을 거 같긴 합니다. 

저야 일본어가 많이 부족하니 많이 이야기하기는 힘들었지만, 사쿠라 모모는 그래도 저도 잘 챙겨줬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다보니 행동으로 자꾸 손가락 하트를 주고 받으면서 저하고 놀았습니다. 

저는 이미 술도 들어갔고 부끄러워서 뒤로 뺄 시간조차 아까운 관광객이니 열심히 사쿠라 모모가 날려주는 손가락 하트에 답 하트를 날렸습니다.  제가 앞으로 살면서 사쿠라 모모에게 손가락 하트를 날릴 기회가 얼마나 더 있겠습니까.

사쿠라 모모는 세 테이블을 다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른 테이블로 갔고, 분위기도 밝아진데다 처음에는 탄산음료로 시작한 일본 팬들도 슬슬 술을 한 두 잔 마시기 시작하면서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보다 화기애애 해졌습니다.

이런 모임의 특성 상 팬질을 많이 한 사람이 무용담을 듣게 되는 분위기로 흐르게 되는데, 제 옆자리에 앉은 시즈오카에서 온 형님이 이날 저희 테이블의 최고의 팬이었습니다.

데뷔 이벤트부터 꾸준히 참석하셨던 팬이셨더라구요.

시즈오카면 위치가 애매하다보니 이벤트도 잘 열리지 않아서 신칸센으로 1시간 거리인 나고야나 도쿄로 가야할텐데, 그 힘든 조건 속에서도 역시 팬심이란 대단했습니다. 


사쿠라 모모가 두번째로 저희 테이블에 왔을 때는 포토 타임이 있었습니다. 

30초 정도 시간 동안 팬이 사쿠라 모모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제 옆의 시즈오카 형님은 역시 경력에 맞게 커다란 카메라를 꺼내시더군요.


제 차례가 되어서 저도 30초 동안 사진을 찍었습니다. 

자리가 야외이다보니 사쿠라 모모의 사복 패션밖에 못 본 것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절대 사심이 들어간게 아니라 제가 5년전에도 느낀건데, 사쿠라 모모의 비주얼은 몸매로 완성이 되기 때문에 수영복 입으면 얼굴도 훨씬 예뻐지는 걸 느꼈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절대 변태같은 이유 때문에 아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팬들과 같이 투 샷도 같이 찍었습니다.

포토 타임에서도 사쿠라 모모는 밝은 분위기를 잘 주도해나갔습니다.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술도 마시고 어느덧 마무리 인사 멘트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일본어 실력이 안 좋아서 자세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나 눈치로 사쿠라 모모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데뷔 이후로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흐르고, 여러가지 일도 많이 겪고 힘든 일도 있었다.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셔서였다.

팬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하면서 마지막에는 살짝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마지막에 한국에서 가져갔던 마스크팩을 선물로 주니까 기뻐하면서 받더라구요.


마무리 인사가 끝나고 사쿠라 모모는 매니저와 먼저 떠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저희에게 인사도 계속 해주고, 제가 손을 흔드니까 저에게도 인사를 계속 해줬습니다. 

팬들과 함께 했을 때의 발랄하고 밝은 모습이 계속 기억에 좋게 남았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테이블에 같이 앉았던 일본 누님 한 분과 아까 시즈오카 형님과 같이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오다이바가 워낙 크고, 길찾기 좋은 곳은 아닌지라 그분들은 아무래도 여행객인 제가 역까지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어서 

저와는 다른 역으로 가셔야하는데도, 제가 가는 역 입구까지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사실 오다이바는 이번이 세 번째라 제가 여기서 길을 잃을 걱정은 안해도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 참 고맙더라구요.



이날 사쿠라 모모와 찍은 사진은 나중에 주최 측에서 메일이 와서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건 좋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건 자제해달라고 했던지라 올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에 사쿠라 모모의 발랄했던 모습, 팬들에 대한 마음, 그리고 저와 10번 이상은 주고받았을 법한 손가락 하트, 마지막으로 같은 테이블에서 저를 챙겨주고 마지막 역까지 함께 가서 배웅해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글로 대신 남기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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